올해 은행의 생존 과제 하나를 꼽자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초저금리 지속으로 은행권의 수익성은 하락세를 걷고 있는데, 빅테크 기업들과의 디지털 채널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전통은행의 틀을 깨고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장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전통은행 틀을 과감히 깨갰다는 의지를 과감히 드러냈다.
생활 금융 쏟아낸 빅테크 금융
지난 한해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쏟아낸 금융 서비스를 떠올려 보면 시중은행들의 과감한 행보를 알 수 있다. 네이버 금융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출시한 네이버통장이 대표적이다. 이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인데, 이 통장으로 네이버페이를 충전해 쇼핑 결제까지 하면 일반 결제보다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계 혜택뿐 아니라 개인 자산 확인부터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 추천, 비대면 음식 주문도 가능하다.
올해는 마이데이터, 종합지급결제업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금융업의 벽은 더 허물어진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인 '개인'이 본인 데이터에 대한 개방을 요청하면, 해당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개인(요청자) 또는 개인이 지정한 제3자에게 개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은 곳은 KB국민은행과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더불어 네이버파이낸셜, NHN페이코, 보맵 등 21곳이다.
* 종합지급결제업 : 은행 제휴없이 독립적으로 계좌를 발급·관리하고 이를 통해 자금이체를 할 수 있음. 은행 계좌 없이도 일종의 '결제주머니'를 통해 현금을 자유롭게 보관·인출할 수 있으며 결제나 송금뿐만 아니라 중개·판매 같은 종합자산관리 가능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가 일반화되면서 디지털 채널의 중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투자자문과 투자일임이 가능한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등장은 은행의 예금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올해 도입될 종합지급결제업 면허까지 받을 경우에는 계좌발급, 이체, 송금까지 가능해지므로 사실상 은행산업 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산업의 지형이 일부 바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실은 금융권도 인지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마이데이터나 종합지급결제업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수많은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의 벽을 허물고 우리와 혁신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디지털 플랫폼은 금융회사 제1의 고객 접점"이라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으로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도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
이에 맞서 앞으로는 은행이 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늘어난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15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했다. 신한은행이 은행앱을 통해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으며, 이는 올해 7월 출시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는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첫 사례가 신한은행 서비스인 것이다. 이를 통해 은행은 매출 데이터를 통해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고객 접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시 금융위는 "은행이 다양한 플랫폼 기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빅테크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대응해 은행도 음식주문이나 부동산서비스, 쇼핑 등 금융 및 생활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금융위는 제도개선 이전에도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해 플랫폼 기반의 혁신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데, '플랫폼 금융'은 최적의 도구"라며 "플랫폼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시장과 같은 공간으로,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은 앞으로 소비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르게 될 모바일 중심 MZ세대 공략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간편뱅킹 앱 '리브(Liiv)'를 통해 MZ세대에 특화된 AI 기반 금융 플랫폼으로 재탄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본문 출처
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79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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